어원&유래

봄의 전령사 "얼레지"

마늘김씨 2025. 2. 19. 13:03

'바람난 여인', 혹은  '인고의 여인' 을 상징하는 야생화

얼레지는 "봄의 전령사" 또는 "숲속의 요정"이라는 예쁜 별칭을 갖고 있다.  야생화는 보통 수수하거나 소박하게 생겼는데 이 아이는 꽤나 화려하다. 어떤 때에는 요염해 보이기까지 하다. 햇볕을 받아 꽃잎을 뒤로 맘껏 젖힌 모양새가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띠고 있다. 예쁘게 생긴 탓에 사람들이 간혹 산에서만 보기에는 아깝다고 집으로 가져와 심는데 그러면 대개 견디지 못하고 죽어버린다.

 

잎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어서 얼레지라고 이름 지어졌다. 어린잎은 나물로 먹으며 보릿고개가 있던 시절에는 구황식물의 역할을 하기도 했다. 봄이 막 시작될 무렵에는  동물들에게도 먹이가 부족하기 때문에 특히 초식동물들이 얼레지를 보고  좋은 먹잇감으로 알고 달려들기도 한다.  때문에 진하고 얼룩덜룩한 무늬로 낙엽 속에 자신을 감추는 것이 얼레지의 생존방식이다. 


얼레지의 꽃말은 우리나라에서는 '바람난 여인' 또는 '질투' 라고 하나, 사실 싹을 틔워 꽃을 피우기까지 6~7년의 세월을 견뎌야 하는 '인고의 여인' 이 더 어울려 보인다.  북미대륙에서는 '첫사랑, 겸손, 슬퍼도 견딤' 등이 꽃말이 있다고 한다. 


얼레지 꽃을 볼 수 있는 기간은 4~5주에 불과하다. 햇살이 있는 날에는 대체로 10시경부터 온도가 20도쯤되면 닫혀있던 꽃잎이 서서히 열려 섭씨 25도 정도가 되는 12시쯤이면 꽃잎을 활짝 뒤로 젖힌다. 햇살 없는 날은 하루종일 꽃이 닫힌 상태로 있으며 꽃잎은 낮에는 열리지만 밤에는 닫힌다.  이는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의 공통적인 특징인데 밤에 온도가 낮으면 암술과 수술을 보호하기 위해 꽃잎을 닫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