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유래

봄을 기다리는 마음...꽃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마늘김씨 2025. 2. 19. 12:22

[다니던 직장때문이기도 했지만, 한때 야생화에 자의반 타의반 푹 빠진 적이 있다.

특히, 다양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이름을 가진 꽃들을 만나며 그 어원을 찾아 기록해 두기도 했다.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그때 기억을 찾아 여전히 생을 이어가고 있을 야생화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나라를 망하게 한다해서 붙여진 이름, 개망초꽃


우리나라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개망초꽃은 어쩌면 가장 친숙한 들꽃이다. 산과 들, 버려진 땅, 공터, 길가나 쓰레기장에서도 볼 수 있는 이 꽃에는 민초들의 애환이 담겨있다.


6.25 한국전쟁 때는 피난민들의 부족한 끼니를 채워주는 나물반찬이 되기도 하고, 계란 프라이를 닮아 어린 아이들의 소꿉놀이 소품이 되기도 했다. 은은한 향기를 품고 있어서 연인들이 꽃반지를 만들어 나눠 끼기도 했다.


원래 이 꽃의 이름은 풀이 우거진다는 뜻의 망초(草)였다. 하지만 억울하게도 때를 잘못 만나 나라를 망하게 한 꽃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지금까지 개망초로 불려지고 있다.


구한말 한반도를 침탈한 일본이 우리나라의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열차 레일을 깔았는데 이때 일본에서 가져온 나무에 망초가 붙어 들어와 우리나라 전역에 퍼졌고, 그 시기에 나라가 망해서 이런 억울한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나라 잃은 설움을 하소연할 데 없는 민초들이 지천으로 보이는 이 꽃에 애먼 화풀이를 한 셈이다.

 


갓 시집온 새색시같은,  각시취

'각시' 는 아내의 다른 말로 갓 시집온 새색시를 이른다.  이는 옛말 '가시' 에서  '갓시→ 감시 → 각시' 로 바뀐 것이다.

또 '가시버리' 라는 말은 신랑신부를 가리킨다.

 

각시취의 취는 나물을 뜻한다. 각시취의 어린순은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잎에 털이 있어 '참솔나물'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산과 들의 양지바른 곳에 자라는 두해살이풀로 키는 30~150cm 가량이다. 8~9월에 줄기와 가지 끝에 머리모양의 분홍색 또는 드물게 흰 꽃이 핀다.

 

 

 

도둑질의 필수도구(?),  도둑놈의갈고리

선글라스처럼 생긴 열매 끝에 낚시 바늘 같은 가시가 있어 '도둑놈의갈고리' 라는 이름이 붙었다.
연한 붉은색의 꽃이 7-8월에 3-4mm 크기로 달린다. 도둑놈의갈고리속은 전 세계적으로 약 300종, 우리나라에는 6종이 있다. 

 

누가 지었는지 몰라도, 그 이름들을 다 고약하게 지었다.

우리나라에 사는 6종류 이 풀들의 이름은 각각 큰도둑놈의갈고리, 도둑놈의갈고리, 개도둑놈의갈고리, 애기도둑놈의갈고리,
잔디갈고리, 된장풀이라고 불리운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아낌없이 주는,  조록싸리

잎을 손으로 훑으면  '조로록'  소리가 나서 이런 이름이 붙여졌다.
땅비싸리는 봄을 알리고 조록싸리는 여름을 알리는 식물이다. 

 

'조록싸리 피거든 남의 집도 가지 마라' 는 옛말도 있다. 조록싸리 피는 초여름은 궁한 때이니 남의 집을 찾아가면 폐가 된다는 말이다.


싸리를 베어 만든 싸릿문, 무엇이든지 담아 두고 말려두고 하는 소쿠리와 채반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농사지을 때 꼭 필요한 삼태기도 이 풀로 만들었다.  본래 곡식을 고를 때 썼지만 오줌싸개 아이들이 소금을 얻으러 다닐 때 쓰던 키도 같은 종류다.

 

가늘면서도 탄력이 있어서 회초릿감으로 으뜸이다. 옛날 서당에는 으레 싸리나무 회초리가 벽에 걸려있었는데, 오늘에 와서는 한옥집 벽인테리어 소품용으로 인기가 좋다.